인공지능(AI) 산업의 급속한 성장에 맞춰 데이터센터 건설을 서두르려는 미국 연방정부와 지역사회의 부담을 이유로 개발 속도 조절에 나선 주정부 사이의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데이터센터를 AI 경쟁력과 국가 경제·안보를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로 규정하고 전력과 관련 인프라 확충을 지원하고 있지만, 일부 주에서는 막대한 전력과 물 사용량, 전기요금 상승 가능성, 소음과 지역 환경 문제를 이유로 규제 강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데이터센터 확대를 중시하는 배경에는 AI 기술 경쟁에서 미국의 우위를 유지하려는 전략이 있다. 백악관은 대규모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인터넷과 클라우드 컴퓨팅, AI의 기반이자 경제·국가안보를 뒷받침하는 핵심 시설로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3월 주요 AI·기술 기업들과 함께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증가에 따른 비용을 일반 가정과 기업에 전가하지 않도록 하는 ‘요금 납부자 보호 약속’을 추진하기도 했다.
미국 경제보고서는 AI용 고밀도 반도체가 탑재된 서버 랙의 전력 소비가 기존 클라우드 서버보다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향후 AI 인프라 확대에 상당한 전력 공급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 건설은 단순한 IT산업 투자가 아니라 발전소와 송전망, 냉각시설, 용수 확보를 동시에 요구하는 대규모 에너지 인프라 사업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텍사스는 이러한 충돌이 가장 선명하게 나타나는 지역이다. 애벗 주지사는 지난 6월 데이터센터가 전력망 확충 비용을 주택용 전기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못하도록 하고, 지역사회의 물 자원을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제시했다. 또한 신규 데이터센터에 물 절약형 냉각기술을 적용하고 전력·물 사용량을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방안과 함께 소음 저감, 건물 이격거리 등 지역사회 보호 기준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8월에는 애벗 주지사가 텍사스 전력망에 연결을 추진하는 모든 데이터센터에 대한 종합적인 검증과 감사를 지시했다.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논쟁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공화당 내부의 입장 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데이터센터를 미국의 경제 성장과 AI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산업으로 보고 있지만, 텍사스 등 공화당 강세 지역의 정치인들은 지역 유권자들의 전기요금과 수자원, 생활환경에 대한 우려를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의 데이터센터 개발 제동을 공개적으로 비판했지만, 애벗 주지사는 데이터센터가 지역사회와 전력망에 부담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미국의 데이터센터 논쟁은 AI 산업을 확대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연방정부와 기술기업은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인프라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고, 주정부와 지역사회에서는 국가적 기술 경쟁의 비용을 지역 주민이 전기요금과 세금, 수자원 부족 등의 형태로 부담해서는 안 된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AI 경쟁이 본격적인 인프라 건설 단계로 진입하면서 데이터센터는 기술산업을 넘어 에너지와 환경, 지방재정, 정치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상황이다. 향후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자체를 막기보다는 사업자가 전력과 용수, 기반시설 비용을 어느 정도 부담할 것인지, 지역사회에 어떤 보호장치를 제공할 것인지가 주요한 정책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AI 패권 경쟁이 가속될수록 미국은 기술개발 속도와 지역사회 수용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