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장다온기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에서 군이 사용하는 주택에 징집된 남성들이 갇혀 고문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확산된 뒤, 이를 제기한 여성이 체포됐다. 당국은 사전에 준비된 허위 구조 활동이었다고 반박했다.
알자지라의 11월 6일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월요일 오후 페트로파블리우스카보르샤히우카의 2층 주택 앞에서 시작됐다. 구급대원 복장을 한 발렌티나 몰로다는 강제 징집된 남성 4명이 안에 있으며 한 명은 이미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이후에는 징집을 피한 40명이 고문당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동행자가 현장을 생중계하면서 군중은 약 500명으로 늘었다. 일부는 경찰에게 달걀을 던지고 경찰 차량을 파손했으며 충돌은 자정까지 이어졌다.
몰로다는 성형외과 병원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49세 간호사로, 구급대원으로 활동할 자격은 없었던 것으로 보도됐다. 그가 타고 온 구급차에는 2023년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진 민간 의료업체의 로고가 붙어 있었다.
경찰이 그와 일행의 출입을 허용하자 그는 잠시 뒤 돌아와 위독한 남성, 척추가 부러진 남성, 심하게 맞아 말하지 못하는 남성을 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제시한 영상에는 사건 당일이 아닌 토요일 촬영 표시가 붙어 있었다.
생중계 시작 약 6시간 뒤 현장에 도착한 키릴로 부다노우는 해당 주택을 아조우 여단이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아조우 측은 붙잡힌 탈영병들을 수용한 장소라고 밝혔다. 부다노우는 다음 날 몰로다와 운전사가 사건 사흘 전 주택을 사전 정찰했다고 주장했다. 아조우 지휘관 데니스 프로코펜코는 이번 일을 우크라이나 군인의 신뢰를 훼손하고 러시아에 유리한 서사를 만드는 후방 교란 행위라고 규정했다.
부다노우가 도착한 뒤 주택에서는 남성 4명이 걸어서 나와 버스에 올랐다. 여기에는 몰로다가 척추 골절로 움직이지 못한다고 주장한 남성도 포함됐다. 성난 군중은 버스의 출발을 막았다.
알자지라는 현지 주민 10여 명 이상을 인터뷰했으며, 이들은 사건이 정치적 논란으로 번졌다며 익명 또는 이름 일부만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세르히라는 이름만 밝힌 주민은 아조우가 그곳에 사람들을 둔 일과 몰로다가 소동을 일으킨 일이 모두 잘못됐다고 말했다. 주민 대부분은 사건을 ‘도발’이라고 불렀지만, 한 남성은 몰로다가 도우려 했으며 체포돼서는 안 됐다고 말했다.
몰로다는 화요일 체포됐으며 보석 없이 60일간 구금하는 조치가 내려졌다. 검찰은 그가 구급대원 행세를 하며 최소 한 차례 10만7000흐리우냐, 약 2355달러를 받고 ‘구조 서비스’를 제공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아조우 고위 관계자 파블로 쿠르첸코는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에 탈영병 안드리 쿨레쇼우의 가족이 약 7000달러를 주고 몰로다를 고용해 그를 주택에서 빼내려 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은 온라인에서 확산되며 러시아 측 주장에도 활용됐다. 친러시아 성향의 노르웨이 정치 분석가 글렌 디센은 주택을 촬영하려다 울타리에서 떨어진 청소년의 영상과 사진을 공유하며 젤렌스키 대통령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앞잡이들에 대한 분노와 소요의 피해자인 것처럼 주장했다. 키이우 소재 싱크탱크 펜타의 볼로디미르 페센코 소장은 몰로다의 러시아 정보기관 연계 의혹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러시아가 이번 논란을 자국 이익에 이용했다고 말했다.
논란의 배경에는 전시 징집에 대한 불신이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직후에는 자원입대가 이어졌지만, 큰 인명 손실과 부실한 작전 계획·부패·일부 장교의 가혹행위에 관한 보도 이후 지원자가 크게 줄었다. 알자지라와 목격자, 인권단체에 따르면 2023년부터 징집 담당자들은 공공장소에서 징집 회피자를 찾아 차량에 강제로 태우면서 위협과 폭행, 고문을 가하기도 했다. 징집 담당자들은 전선에 필요한 수만 명을 동원할 다른 방법이 없다고 주장한다.
올해 8월까지 뇌물 수수 등으로 체포된 징집 담당자는 76명이었다. 일부 징집 회피자는 허위 의료 면제를 받거나 뇌물과 무단 월경으로 이웃 나라에 도피했다. 검찰과 경찰은 일부 강제 징집된 남성들이 가짜 구급차의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2025년에는 자카르파티아 지역 국경수비대가 1만 달러를 받고 징집 회피자를 루마니아로 데려가려던 가짜 구급차 일행 3명을 붙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