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릿빛 피부를 만들기 위해 태닝베드를 이용하거나 햇볕 아래 오래 머무는 사람이 있다. 피부가 붉게 타거나 따갑지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외선으로 피부를 태우는 행동은 피부암 위험을 높인다. 실내 태닝은 세포 실험에서 가능성만 제기된 사안이 아니라, 사람 대상 연구와 국제기구 평가를 통해 발암성이 확인된 노출이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09년 자외선을 방출하는 태닝 기기를 인체 발암요인인 1군으로 분류했다. 이는 사람에게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는 뜻이다. 다만 기기를 사용한 모든 사람이 암에 걸린다거나, 다른 1군 발암요인과 위험의 크기가 같다는 의미는 아니다. iarc.who.int
피부암 위험 증가는 여러 연구를 종합한 분석에서도 확인된다. 2021년 학술지 Cancers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메타분석은 흑색종 관련 연구 36건, 환자 1만4,583명의 자료를 종합했다. 실내 태닝 경험자는 비경험자보다 흑색종 상대위험이 1.27배로, 약 27% 높게 관찰됐다. 편평세포암과 기저세포암에서도 위험 증가가 보고됐다. PubMed
여기서 27%는 암에 걸릴 확률이 27%라는 뜻이 아니다. 두 집단의 위험을 비교한 상대적인 수치다. 연구마다 이용자의 연령과 사용 빈도, 피부 특성 등이 다르므로 모든 이용자에게 동일한 숫자를 적용할 수도 없다. 태닝 한 번의 위험을 이 수치로 계산하는 것 역시 적절하지 않다.
젊은 나이에 시작하는 태닝도 주의해야 한다. 미국피부과학회(AAD)는 이른 연령에 태닝베드를 사용한 사람에서 흑색종 위험이 높게 관찰되고, 사용이 반복될수록 위험이 커진다고 안내한다. ‘몇 살이 지나면 안전하다’거나 ‘가끔 이용하면 위험이 없다’는 기준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aad.org
태닝의 문제는 눈에 보이는 화상에만 있지 않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자외선 노출 뒤 피부색이 짙어지거나 화상을 입는 변화 모두를 건강의 표시가 아닌 피부 손상의 신호로 설명한다. 피부가 따갑지 않고 원하는 색만 얻었다고 해도 자외선의 영향이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 CDC
‘실내 기기라 햇볕보다 안전하다’는 설명도 근거가 없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안전한 자외선 태닝은 없다고 안내한다. 태닝은 피부암뿐 아니라 조기 피부 노화와 색소 변화, 눈 손상 등과도 관련된다. 미용 목적의 태닝베드를 피하고, 야외에서도 피부를 태우기 위해 일부러 자외선에 오래 노출하는 행동을 줄이는 것이 권고된다. FDA
피부색을 바꾸고 싶다면 자외선을 이용하지 않는 셀프태닝 제품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제품으로 피부가 짙어졌다고 햇볕으로부터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AAD는 셀프태닝 제품을 사용하더라도 자외선 차단제를 계속 사용하도록 안내한다. 야외에서는 그늘과 옷, 모자 등으로 노출을 줄이는 관리도 필요하다. aad.org
이미 태닝베드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면 불안해하기보다 앞으로의 노출을 줄이고 피부 변화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 생긴 점이나 다른 점과 유난히 다른 병변, 크기·모양·색이 변하는 점, 가렵거나 피가 나는 병변은 피부과에서 확인해야 한다. 변화가 있다고 모두 피부암은 아니지만, 단순한 태닝 자국으로 넘겨서도 안 된다. aad.org
태닝베드와 피부암의 관계는 ‘아직 확실하지 않으니 지켜보자’는 수준에 머물러 있지 않다. 확인된 발암성 근거를 바탕으로 미용 목적의 자외선 노출을 피하는 것이 핵심이다. 건강해 보이는 피부색과 피부의 건강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