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촌을 대상으로 무역 제한과 추가 제재를 추진하자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 주재 영국 영사관 폐쇄와 영국 인사들의 입국 제한 등 맞대응에 나섰다. 정착촌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갈등이 상품 교역을 넘어 외교·안보 분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영국 정부는 9월 8일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생산되는 상품에 대한 수입 제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영국은 정착촌에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정착촌 활동을 지원하거나 이익을 얻는 기업과 개인에 대해서도 제재할 수 있는 새로운 권한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착촌과 관련된 금융·건설·부동산 등 경제활동과 정착촌 부동산을 영국에서 광고하거나 홍보하는 행위도 제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영국 정부는 이러한 조치가 이스라엘 전체와의 교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국제법상 불법으로 규정한 정착촌과 그 확대 활동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과 함께 캐나다·프랑스·덴마크·핀란드·아이슬란드·아일랜드·노르웨이·폴란드·포르투갈·스페인·스웨덴 등 12개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서안 정착촌과의 상품 거래에 대한 국가별 제한을 도입하거나 유럽 차원의 제한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국가는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대가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가능성을 약화시키고 두 국가 해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동예루살렘과 서안의 연결성을 둘러싼 E1 정착촌 개발계획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이스라엘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영국의 조치를 이스라엘의 주권과 선거 과정에 대한 개입이라고 비판하면서 동예루살렘 주재 영국 영사관을 폐쇄하기로 했다. 이스라엘은 영국 측 일부 인사에 대한 입국을 제한하고 미국 주도의 가자지구 조정 임무에서 영국 대표단을 배제하는 한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보안군에 대한 영국의 훈련 지원도 중단하기로 했다. 영국 측은 이에 따라 동예루살렘 영사관의 업무와 팔레스타인 관련 활동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번 갈등에서 미국은 영국·프랑스·캐나다와 다른 입장을 보였다. 미국은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생산된 상품에 대한 동일한 수입 제한을 도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서방 국가들 사이에서도 이스라엘 정착촌 문제를 둘러싼 정책적 차이가 다시 부각됐다.
이 발언은 정착촌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법적·외교적 판단과 현지 주민들의 인식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볼 수 있다. 영국과 11개국은 국제법과 두 국가 해법을 근거로 정착촌에 대한 경제적 제한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착촌 주민 일부는 외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역에 대한 거주와 영유권 인식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치의 실제 경제적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지만 외교적 의미는 작지 않다. 영국 정부가 정착촌 상품뿐 아니라 관련 경제활동까지 제재 대상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유럽 국가들의 추가 조치 여부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이를 주권과 국내 정치에 대한 외부 개입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을 선택하면서 양국 간 외교적 긴장이 높아진 상황이다. 향후 유럽의 추가 제재와 미국의 정책 변화, 그리고 이스라엘 내 정착촌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이번 갈등의 향방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