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라 에르바티움 ‘쌀 막걸리(RICE MAKGEOLLI)’. (사진제공=빌라 에르바티움)
전시 기간 중 프랑스 남부를 찾을 계획이라면 향수의 도시 그라스에서 한국의 향을 만날 수 있다.
그라스 국제향수박물관(Musée International de la Parfumerie, MIP)에서 열리고 있는 ‘26 Icons of Asia’ 전시에 한국 니치향수 브랜드 VILLA ERBATIUM(빌라 에르바티움)의 ‘쌀 막걸리(RICE MAKGEOLLI)’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전시는 지난 9월 26일 개막해 약 6개월 동안 이어진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26개 향수 브랜드가 각각 시그니처 향수 한 점씩을 내놓는 구성이어서, 여러 나라의 향 문화를 한자리에서 견주어 볼 수 있다. 입장료와 관람 시간 등 세부 사항은 방문 전에 박물관 측 안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관람 전에 알아 두면 좋은 점도 있다. 이 전시는 한 브랜드가 한 작품으로 자신을 설명하는 방식이어서, 여러 제품을 훑어보는 박람회와 달리 각 브랜드가 고른 한 점의 향과 그 뒤에 놓인 이야기에 천천히 머무는 편이 감상에 도움이 된다.
VILLA ERBATIUM의 작품은 한 병의 향수를 오감으로 따라가도록 짜여 있다. 관람의 출발점은 후각이다. 전시된 RICE MAKGEOLLI 오 드 퍼퓸 100ml의 향을 먼저 맡아 두면, 뒤이어 만나는 영상과 소리, 원료와 오브제가 그 향의 배경을 하나씩 풀어 주는 흐름을 따라가기 쉽다.
두 번째 순서는 눈으로 보는 요소다. 향수 창작의 배경이 된 한국의 논과 자연을 담은 영상이 흐르고, 실제 벼(Rice Plant)가 함께 놓여 향의 원점인 쌀이 어떤 풍경에서 자라는지를 보여준다.
귀를 기울이면 한국 전통 현악기로 연주한 ‘밀양아리랑’ 사운드스케이프가 공간을 채운다. 미각 영역에서는 막걸리의 핵심 원료인 정제수와 쌀, 누룩이 소개되며, 이 향수를 만드는 데 실제로 쓰인 누룩 원료도 전시돼 향과 발효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짚어 준다.
마지막은 손끝으로 확인하는 촉각이다. ‘쌀막걸리’라는 글자를 전통 서예로 새긴 한국 전통 도자기 오브제가 놓여 있고, 관람객이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코에서 시작된 관람이 도자기의 질감에서 마무리되는 셈이다.
작품의 주제를 알고 보면 감상의 폭이 넓어진다. 쌀 막걸리 향수가 품은 주제는 한국인의 깨끗하고 맑은 심성, 그리고 발효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완성되는 ‘기다림의 미학’으로 요약된다.
막걸리의 흰빛에서 백의민족의 이미지를 떠올려 맑고 순수한 정서를 담았다는 설명을 염두에 두면, 다섯 가지 감각 요소가 하나의 정서로 모이는 과정을 따라가기 수월하다.
전시장을 찾는 이들로는 글로벌 향수 바이어와 유통 관계자, 향수 컬렉터, 국제 미디어는 물론 일반 박물관 관람객도 꼽힌다.
업계 관계자와 여행객이 같은 공간에서 한국의 향을 경험하게 되는 구조다. 작품과 브랜드에 관한 정보는 VILLA ERBATIUM 공식 홈페이지(www.villaerbatium.com)에서 미리 살펴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