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라 에르바티움 ‘쌀 막걸리(RICE MAKGEOLLI)’. (사진제공=빌라 에르바티움)
영화는 화면과 소리로 관객을 붙잡지만, 극장을 나서는 순간부터 그 감정은 조금씩 흐려진다. VILLA ERBATIUM(빌라 에르바티움)은 이 빈자리에 향을 두는 방식으로 문화 콘텐츠 협업을 넓혀 왔다. 작품이 남긴 감정을 후각으로 붙잡아 두었다가 일상에서 다시 꺼내 보게 하겠다는 발상이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영화 ‘타짜: 벨제붑의 노래’다. 최국희 감독이 연출하고 CJ ENM이 제공·배급한 이 영화의 공식 굿즈로, 브랜드는 두 인물의 대립을 화이트 로즈의 ‘ANGELO’와 블랙 로즈의 ‘DIAVOLO’로 나눈 프래그런스 태그를 내놓았다. 포커 카드 모양으로 구운 도자기에 향을 입혀 영화의 소재와 향을 한 오브제에 겹쳐 놓았다.
이런 협업의 바탕에는 향과 기억에 대한 브랜드의 관점이 깔려 있다. 어떤 향을 맡는 순간 잊고 있던 장면이 떠오르듯, 향은 이야기의 한 대목을 다시 불러내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를 본 관객에게 향이 밴 굿즈는 포스터나 사진과는 다른 경로로 작품을 기억하게 하는 매개가 된다.
스크린 밖에서도 같은 방식의 작업이 이어졌다.
2024년 10월 26일부터 27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K-EXPO 문화행사에서 몬스타엑스 민혁이 고래를 주제로 한 그림 전시를 선보였고, VILLA ERBATIUM은 이 전시의 향을 설계했다.
브랜드는 향유고래가 사는 바닷속 모습을 표현한 새 향 ‘알레그리아(Allegria)’를 만들고 ‘고래 향’ 굿즈도 제작해 파리 현장에서 소개했다.
그림 속 고래는 두렵고 낯선 바다라는 대자연 속에서 위안을 건네는 존재로 그려졌다. 브랜드는 그 세계관을 향으로 옮겨 그림을 보는 시각과 향을 맡는 후각이 이어지는 몰입형 경험을 꾸렸고, Allegria는 현재 브랜드의 Noir Collection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무대에서도 같은 접근이 있었다.
뮤지컬 ‘드라큘라’와 협업한 향수는 불멸의 꽃 이모르텔과 장미로 극 중 영원한 사랑의 감정을 표현했고, K-POP 보이그룹 AB6IX와는 멤버별 오키드 향을 음악과 짝지은 Scent & Sound 페어링을 선보였다.
협업 대상은 달라도 작품 속 감정을 먼저 읽고 그에 맞는 향을 짓는 순서는 같다.
하민서 대표는 이런 작업을 두고 “향이 다른 문화 콘텐츠와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를 계속 실험해왔다”고 설명한 바 있다. 영화 굿즈 역시 그 실험의 한 갈래로, 극장에서 보낸 두어 시간을 일상의 공간으로 옮겨 놓으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영화와 공연, 전시로 넓혀 온 협업의 흐름은 프랑스 그라스로도 이어졌다.
국제향수박물관(MIP)의 ‘26 Icons of Asia’에 출품한 ‘쌀 막걸리(RICE MAKGEOLLI)’ 역시 향 하나를 영상과 소리, 도자기 오브제와 엮어 한국의 발효문화를 경험하게 하는 설치 작품이다.
옮기는 대상이 영화 속 인물에서 한 나라의 문화로 넓어졌을 뿐, 감정을 향으로 번역한다는 원칙은 그대로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 프래그런스 태그를 비롯한 협업 굿즈와 브랜드 소식은 공식 홈페이지(www.villaerbatium.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