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자리일수록 입을 옷이 없다. 옷장에 옷이 적어서가 아니다. 중요한 미팅을 앞둔 CEO·대표의 비즈니스룩은 취향보다 그날 누구를, 어디서, 어떤 역할로 만나는지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이다. 옷을 고르기 전에 이 세 가지를 먼저 정하면 선택지가 줄어든다.
CEO·대표의 비즈니스 미팅 복장, 무엇부터 정해야 하나
처음부터 옷이 어려웠던 것은 아니다. 일을 막 시작했을 무렵에는 회사 분위기에 맞는 단정한 차림이면 대개 충분했다. 고민이 깊어지는 것은 맡은 역할이 커지면서다. 회사를 대표해 처음 보는 거래처를 만나고, 투자자 앞에서 발표하고, 격식을 갖춘 저녁 자리에 초대받는 날이 늘어난다.
그때부터 옷은 '내가 좋아하는 옷'이 아니라 '상대가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가 된다. 평소 입던 옷이 충분한데도 중요한 미팅 전날 옷장 앞에서 오래 머무는 이유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가장 안전해 보이는 답, 정장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같은 '미팅'이라는 이름 아래에도 회의실에서 마주 앉는 자리가 있고, 식사를 겸한 자리가 있고, 여러 사람 앞에 서는 자리가 있다. 모든 장면에 같은 정장을 입으면 어떤 자리에서는 과하고 어떤 자리에서는 밋밋해진다. 그래서 비즈니스 미팅 복장을 정할 때 먼저 볼 것은 옷이 아니라 그 자리의 성격, 흔히 TPO(시간·장소·상황)라고 부르는 것이다.
같은 사람도 장면이 바뀌면 비즈니스룩의 답이 바뀐다
손정미 대표 디자이너가 이끄는 맞춤 의상 브랜드 아뜰리에 가원(Atelier Gawon)이 실제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제안한 착장을 보면 이 차이가 분명하다. 한 30대 CEO에게는 해외 바이어와의 브런치 미팅에 곡선 절개를 넣고 데님 요크와 린넨 몸판을 조합한 옷이 제안됐다. 같은 사람이 글로벌 브랜드 프레젠테이션에 설 때는 곡선 절개와 아웃포켓을 살린 카키색 시그니처 자켓을 셋업 수트로 갖추고 브로치를 더했다.
50대 해외 비즈니스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네트워킹 파티에는 단독으로 입을 수 있는 복합 컬러 린넨 셔츠가, 비즈니스 만찬에는 이태리 린넨 헤링본 자켓에 아이보리 카라와 장미 부토니에가 짝지어졌다. 둘 다 저녁의 비즈니스 자리지만 답은 달랐다.
두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정장 한 벌'이 아니었다.
서야 할 장면의 수만큼 서로 다른 답이 필요했던 것이다. 가원은 세 사람의 사례를 각각 네 개의 장면으로 나눠, 장면마다 다른 착장을 제안했다. 비즈니스룩의 기준이 옷 자체보다 장면에 있다는 점을 보여 주는 사례다.
옷보다 장면 먼저, 누구를 어디서 어떤 역할로 만나는가
그렇다면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무엇부터 정하면 될까. 옷장을 열기 전에 세 가지를 먼저 적어 보는 것이다. 누구를 만나는가, 어디서 만나는가, 그 자리에서 나는 어떤 역할인가.
상대가 처음 만나는 해외 바이어인지 오래 알고 지낸 거래처인지, 장소가 회의실인지 식사 자리인지 무대인지, 내가 듣는 사람인지 발표하는 사람인지에 따라 필요한 격식의 정도와 포인트가 달라진다. 이 세 가지가 정해지면 정장과 셋업, 자켓과 셔츠 사이에서 고를 범위가 좁아진다. 옷 고민이 막연한 취향의 문제에서 답이 있는 질문으로 바뀌는 것이다.
중요한 자리의 옷차림은 취향이 아니라 그날의 장면이 정한다. 장면을 먼저 정하면 옷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고, 그 자리에서 해야 할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다음 편에서는 '정장을 입었는데 왜 어색할까'라는 질문으로 정장과 비즈니스 캐주얼 사이의 선택을 살펴본다.
옷장을 열기 전에, 그날의 장면부터 떠올려 볼 일이다.
한 줄 답 — CEO·대표의 비즈니스 미팅 복장은 옷을 고르기 전에 누구를, 어디서, 어떤 역할로 만나는지를 먼저 정하면 선택지가 줄어든다.
아뜰리에 가원(Atelier Gawon)은 손정미 대표 디자이너가 이끄는 맞춤 의상 브랜드다. 비즈니스 리더의 TPO에 맞춘 의상을 제안하며, 유튜브 채널(@Gawonfashion)에서 '꽃보다 CEO'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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