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연합뉴스]윤병운 칼럼니스트 = 회생절차는 '부실기업'의 표식이 아니라 계속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정상화를 추진하는 법적 절차다. 재창업·재도전 지원기업의 생존율과 매출이 일반 창업기업을 크게 웃돈다는 통계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의 낙인효과와 사회적 편견은 여전히 회생기업의 재도전을 가로막고 있다. 용어 사용, 신용평가 체계, 정책자금, 성공사례 공유 등 다방면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저 회사, 회생절차 들어갔대." 이 한마디에 담긴 시선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거래처는 결제조건을 재검토하고, 금융기관은 신규 여신을 꺼리며, 일부 소비자는 해당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마저 의심의 눈으로 바라본다. 필자는 한국기업회생협회 회장이자 한국M&A컨설팅협회 사무총장으로서 지난 수년간 수많은 회생기업의 현장을 지켜봐 왔다. 그 경험에서 단언할 수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회생절차를 신청했다는 사실 자체는 그 기업이 부실기업이라는 증거가 아니라, 오히려 정상화를 위한 법적 절차에 들어섰다는 의미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회생기업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할 때다.
'회생기업 = 부실기업'이라는 낙인은 사실과 다르다
기업회생 절차는 파산과 다르다. 파산이 기업의 자산을 처분하고 청산하는 절차라면, 기업회생 절차는 사업을 계속 운영하면서 채무를 조정해 기업을 정상화하는 제도다. 즉 법원과 채권자들이 해당 기업에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회생절차가 진행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회생절차 신청을 '망한 기업'과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낙인은 회생기업이 정상화 이후 거래를 재개하고 신용을 회복하는 과정을 실제보다 훨씬 더 어렵게 만든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재도전 기업의 저력
낙인 효과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는 통계가 잘 보여준다. 창업진흥원이 발표한 '2024 재창업 지원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정부의 재창업 지원을 받은 기업 1256곳 가운데 2024년까지 생존한 기업은 1049곳으로, 5년 차 생존율이 83.5%에 달했다. 이는 같은 시기 통계청 기업생멸행정통계가 발표한 일반 신생기업의 5년 차 생존율 34.7%보다 2.4배 이상 높은 수치다.
재창업 기업의 평균 매출액 역시 일반 창업기업보다 2.5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지원 재도전기업의 조기 생존율을 살펴본 과거 정책브리핑 자료에서도, 2016년 기준 정부 지원 재도전기업의 2년 생존율은 83.9%로 같은 시기 일반 창업기업 생존율 47.5%를 크게 웃돌았다. 위기를 겪고 회생절차나 재창업 지원을 거친 기업이 오히려 더 안정적으로 살아남는다는 것을 데이터가 일관되게 보여주는 셈이다.
'실패 두려움은 낮다'는 지표와 현장의 인식 괴리
흥미로운 점은 국제 지표와 국내 체감 사이의 괴리다. 글로벌 기업가정신 연구협회(GERA)가 발표한 2024년 글로벌 기업가정신 모니터(GEM) 조사에서 한국은 56개국 중 6위를 기록했고, '창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9.2%로 조사 대상국 가운데 두 번째로 낮았다. 이후 발표된 2025년 조사에서는 이 수치가 53개국 중 최저 수준까지 낮아졌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국내에서 실시된 다른 조사 결과는 결이 다르다. 한국경제인협회 기업가정신발전소가 올해 발표한 '기업가정신 및 경제교육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9.7%가 스스로 기업가정신 인식 수준이 낮다고 평가했고, 그 이유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꼽은 비율이 33.7%로 가장 높았다. 이는 2024년 조사(28.1%)보다도 높아진 수치다. 같은 조사에서 창업에 대한 호감도 역시 2024년 70.6점에서 66.6점으로 하락했다. 국제 지표상 낙인은 옅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국내 현장에서는 실패와 재도전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회생·재도전을 가로막는 현실적 장벽들
인식의 문제는 통계로만 그치지 않는다. 실질적인 제도의 벽도 여전히 높다. 2025년 대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국내 연간 파산·회생 신청 건수는 3500건을 넘어섰고, 법인파산만 해도 연 2000건 이상 발생하고 있지만, 신용보증기금이 운영하는 재창업 지원 보증 사업의 실제 지원 규모는 연간 열 곳 안팎에 불과하며 최근에는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또한 벤처스퀘어 보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가 올해 개최한 '재도전 걸림돌 발굴' 현장 간담회에서는 과거 실패 이력으로 인한 금융 거래 제한과 신용평가상의 낙인효과가 재창업 기업인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제기됐다. 회생절차를 통해 법적으로 채무를 조정받았다 해도, 금융권의 관행적 신용평가에서는 여전히 과거의 이력이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해외는 실패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사업 실패와 재도전을 바라보는 시선이 우리와 사뭇 다르다. 두 차례 폐업을 겪고 세 번째 창업에 도전한 사람을, 한국에서는 흔히 '두 번이나 실패한 사람'으로 부르지만, 미국에서는 오히려 '세 번이나 도전한 사람'으로 평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성숙 국무총리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바 있다. 이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실패의 경험을 축적된 자산으로 인정하느냐 아니면 지워야 할 오점으로 취급하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차이를 보여준다. 회생기업과 재도전 기업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면, 그 기업이 다시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속도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인식 전환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먼저 언론과 산업 현장에서 회생기업을 지칭하는 용어부터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부실기업', '퇴출기업'이라는 표현 대신 '구조조정 진행 기업', '정상화 추진 기업'과 같이 사실에 기반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인식은 달라질 수 있다.
- 1. 금융권 신용평가 체계 개선 : 과거 이력보다 회생계획 이행 실적 중심으로 평가
- 2. 재도전 펀드 등 정책자금 확대 : 중기부는 재도전 펀드를 2026년 1333억 원, 2030년까지 1조 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
- 3. 신용보증제도 활성화 연계
- 4. 회생·재도전 성공사례의 적극적인 공유로 막연한 두려움 완화
- 5. 언론·산업 현장의 용어 사용 관행 개선
재도전이 가능한 사회가 더 강한 경제를 만든다
기업 하나가 위기를 겪었다는 이유만으로 영구히 낙인이 찍힌다면, 그 사회는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기업가정신 자체를 위축시키게 된다. 반대로 회생기업과 재도전 기업인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는, 위기를 겪은 기업이 다시 일어나 고용을 유지하고 거래처를 지키며 지역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필자는 기업회생과 M&A 현장에서 늘 강조한다. 회생절차를 신청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회생할 수 있는 기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그 기업의 재도전을 가로막는 것이 더 큰 손실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제는 회생기업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회생절차를 신청한 기업과 거래해도 안전한가요?
A. 회생절차는 법원의 감독 아래 채무를 조정하며 사업을 계속 운영하는 절차다. 법원의 보전처분과 감독을 통해 오히려 채권·채무 관계가 투명하게 관리되는 측면이 있어, 절차 진행 여부만으로 거래 위험을 단정하기보다는 회생계획 이행 현황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Q. 회생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왜 쉽게 바뀌지 않나요?
A. 회생과 파산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 용어 사용 관행, 금융권의 관행적 신용평가, 그리고 실패를 개인의 낙오로 여기는 사회적 통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통계상으로는 재도전 기업의 생존율이 더 높게 나타나지만, 이러한 정보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는 것도 인식 개선이 더딘 이유 중 하나다.
칼럼리스트 소개
윤병운 한국기업회생협회 회장 · 한국M&A컨설팅협회 사무총장
기업구조조정·기업회생·M&A 전문가로서 다수의 위기기업 회생 컨설팅과 M&A 자문을 수행해 왔다. 재무제표와 현금흐름 분석은 물론 사업경쟁력, 시장 변화, 고객·원가 구조까지 종합적으로 진단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으며, 기업회생을 '법률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과 기업가치의 문제'로 접근한다. 회생기업의 조기 정상화와 M&A를 통한 재도약을 돕는 것을 소명으로 여기며, 회생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창업→성장→위기→회생→재도전→재성장'으로 이어지는 기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